2026
Colordriver for a tale
맥락에서 시작된 상상, 그리고 과정 속에서 찾은 묘미
BY CUSTOMELLOW


이번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보다 ‘과정’을 전면에 드러낸 작업으로 보입니다. 작가님에게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요했던 ‘과정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sns와 유튜브, AI 통한 정보가 범람하고 결과물이 쉽게 복제되는 시대일수록, 저는 그 이면의 과정에 집중합니다. 결과물은 한순간에 전파되지만, 과정은 그보다 훨씬 섬세한 디테일과 창작자 고유의 서사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 아티스트 송민호 작가와의 협업 역시 이 맥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미세한 컬러 대비와 평면과 입체의 관계를 재해석하는 그의 작업 방식은, 과정을 비주얼로 치환하려는 이번 전시의 의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완성된 테이블과 옷 자체에 매몰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텍스트 샌드위치와 커스텀멜로우가 지나온 개인적이고 전문적인 제작 경로를 감각적 지성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이번 전시는 수면 아래 숨겨진 집요한 기록들을 시각적 호기심으로 치환하여, 결과물만큼이나 견고한 과정의 가치를 경험하는 순간을 제공하려 하였습니다.
옷과 테이블이라는 서로 다른 완성품을 해체해 하나의 시각 언어로 재구성했습니다. 이 두 대상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만남은 무엇이었나요?
옷과 테이블은 모두 3차원의 입체물입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그 제작 과정의 상당 부분은 드로잉, 도면,
평면 출력물과 같은 2차원의 세계에서 이루어집니다. 저는 이 평면적인 프로세스들을 촘촘히 밟아나가며 디자인을 구체화하고 발전시킵니다. 흥미로운 점은 결과물이 완성된 후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때 발견됩니다. 때로 그 과정은 최종 결과물과 닮아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관점과 비주얼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입니다. 컬렉션의
특별함은 결국 이러한 과정 속의 디테일들이 쌓여 완성됩니다. 본래 과정이란 디테일을 현실화하기 위한 기술적이고 수단적인 단계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작업이 끝난 뒤 그 형식적 요소들을 다시 응시했을 때, 그것들은 기존의 맥락을 벗어나 우리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번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도형, 라인, 엣지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고 조합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전시 그래픽에 사용된 모든 도형과 라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이는 옷의 실루엣을 결정짓는 패턴과 텍스트 샌드위치가 커스텀멜로우를 위해 설계한 케이스 테이블의 도면에서 직접 추출한 요소들입니다. 우리는 제작을 위해 존재했던, 그러나 수면 아래 숨어 있던 디테일들을 전시의 핵심 리소스로 시각화했습니다. 매장에 놓인 컬렉션에서 이 요소들을 즉각적으로 찾아내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만지는 옷과 테이블의 내면에는, 바로 눈앞에 펼쳐진 패턴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치밀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컬렉션을 완성하기 위해 투입된 이 지적인 노력들이 드러나는 순간, 관객은 평범한 사물 그 이상의 서사적 감정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성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개념이 작업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완성이라는 단어는 지금 어떤 의미로 존재하나요?
과거의 저는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은 단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당시의 저에게 매 작업은 그 시절의 나 자신을 온전히 투영한 결정체였고, 지금도 그 태도는 큰 변화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저는 완성을 끝이 아닌,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지금의 행위와 작업은 현재에 머물지 않고, 제가 그리는 미래로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하나의 결과물이 세상을 급격히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견고한 완성작들이 겹겹이 쌓이고 레이어드될 때 비로소 우리 삶의 형식과 의미, 형태와 색채가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관람객이 이 구조물과 시각물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느끼길 바랐던 감각이나 질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전시의 핵심은 평면과 입체의 공존 그 자체에 있습니다. 저는 관객들이 지금 내가 바라보는 것이 평면인가, 아니면 입체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왜 이 패턴이 여기에 존재하는가?라는 생소한 호기심을 갖게 되길 바랐습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눈이라는 감각 기관을 통과한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단순히 시각적 자극에 머물지 않고, 인지라는 사고의 영역에 닫혀 있는 문을 두드리고 싶었습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사물의 형식을 낯설게 바라보는 경험. 그 찰나의 노크가 관객들에게 옷과 테이블, 그리고 일상을 새롭게 감각하는 지적인 기회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성수라는 지역성과 커스텀멜로우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공간은 이번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성수동은 저에게 매우 각별한 동네입니다. 10대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이자, 결혼 후 지금까지 10년째 살고있는 동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곳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며, 성수동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다듬어 가고 싶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뚝도시장과 갈비골목, 수제화 거리, 자동차 정비소 등 오랜 시간을 쌓여온 역사의 흔적들. 그리고 그 낡은 공장들 사이로 스며든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들. 이들이 만들어내는 대비감있는 시대적 공존이야말로 성수동만이 가진 시대적 세련됨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션 브랜드 커스텀멜로우와의 협업을 통해, 앞으로 사물·공간·패션의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더 탐구해보고 싶으신가요?
저는 패션이 음식만큼이나 인간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변화시키는 매개체라고 믿습니다. 단순히 예쁜 것에 만족하는 단계를 넘어, 콘텐츠와 사람 사이의 깊은 감정적 교감을 만들어내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과 실제 상황을 통해 경험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옷, 공간, 가구들 뒤에는 수많은 지적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그 배경을 머리로만 아는 게 아니라, 오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험하길 바랍니다. 감각을 통한 지적 인지, 이 낯설지만 흥미로운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실험을 계속해 나아가려 합니다.